2016년 2월 22일 월요일

시 몇편 (23 2 2016)

그냥 뭐든지 그렇게 느린 사람이 있다

생각이 너무 앞서나가서 행동이 그걸 따라가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블럭처럼 짜여진 완벽한 내일이
결국엔 진흙처럼 물렁거리며 지나가는게
마음이 아프지만
어쩌면 평생 아주 단단한 오늘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그래도 또 괜찮다고 하는 수밖에
시간은 대부분 많은 일들을 해결해주지만
시간은 또 대부분의 많은 일들을 더 이상 바뀌지 못하도록 정작 겁만 더 많아지고 그래서 결국엔 핑계만 찾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서 너무 명확하고 맞는 말들 앞에서 더 힘이 빠져버렸다

몰라서 안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알아야만 하고
알고나면 못하는 거다
아니 알아도 안하는 자신이 가장 한심하다고 느껴져도 
다시 느리게
또 한마리 물고기처럼

(2014. 3.5)


상류층의 꿈

유리로된 자동문을 카드키를 찍고 열어
반들반들한 대리석이 깔린 로비를 지나고
경비원 아저씨와 어색한 눈인사를 하고나서
엘리베이터로 수직상승하는 기분이 그립다
지은지 오십년은 족히된 콘트리트 계단을 매일 오르내리며 생각한다

백화점에서 보풀도 안생기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사이즈도 딱 맞는 코트에
대학생이 들고다닐만한 가방 하나
어디든 걸어갈 예쁜 신발하나 그렇게 자신감 있게 다니고 싶은데
인터넷 쇼핑몰에서산 검정색이 묻어나오는 털코트에 로드샵에서 산 싸구려 스웨이드 신발 카피제품인줄도 모르고 선물로 받은 가방을 들고 다니며 생각한다

이런 내 삶이 자그마치 몇천 몇억을 투자해서 얻은 것이라 생각하니 믿을 수가 없다
지금 내 삶은 고시생이나 워킹클래스만 못하다 영화공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삶과 사회에 대한 비판을 읽게하지만 결국 더 강하게 남는건 욕망이라서, 저 오만한 미드클래스의 말투를 비웃고 싶지만, 나도 저런 옷 한번 입고 좋은 옷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반성해야 되나. 모르겠다
나는 지금 조금 불쌍하다
복에 겨운 소리라는 거 알지만
그래 그럼 불쌍한게 아니라
조금 억울하다
왜 나는 결국 여기에 멈춰져 있는 건지
마음에 안들면 내가 나가 돈벌어오면 되는건데, 그건 못하면서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
결국엔 나를 탓하다 보면

부정순환이 시작될까봐

아니야 필요없어 괜찮아 즐거워 행복해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거다
악순환의 연속일지라도 긍정마저 잃을 순 없다

그래서 이건 불편하고 못된 시다
결국 나를 탓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는 삶이 너무 피곤하다

남이 듣기에 불편하고 못되고 차가운 말들을 하면 안되니까, 그것이 나의 가장 자연스러운 생각일지언정 철저하게 막겠다!
절대로 내뱉지 않겠다!

나는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슬퍼할 이유을 몰랐기에 슬퍼하지 못했고
그래서 차라리 진심으로 잘되기를 빌었지만 솔직히 더 가능한 일에 진심이고 싶었다
근데 이 마음은 너무 차가워서 차마 꺼냈다가는 누군가를 상처줄까봐 그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마음이 아파서 꺼내지 못했다.

나는 답장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라는 거야. 그말이 맴도는데 그말도 하지 못했다 의미없는 말에도 그저 웃으며 보내는 것이 나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뭐 이렇게 삐뚤어졌냐는 소리도 나는 듣고 싶지 않고 세상에 불만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나는 그냥 그렇게 산다 또 그 무한한 타자화와 객관화의 결과인 나는 겁쟁이가 된다. 그런데 그게 옳다. 더 도덕적이다. 아마도 착한아이이고 싶은 욕망이 훨씬 더 크다. 그래서 이 차가움을 더 어색한 웃음으로 덮어서 위기 모면!
나는 더 차가워진다 손도 발도 마음도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
뛰자! 뛰자! 뛰자! 

(2014 . 2. 27)


워터파크의 파도풀인줄알고 뛰어들었더니 헤어나올 수 없는 바다의 물살이었고 
일 년동안 그렇게 튜브랑 구명조끼에 기대어 죽지도 않고 간간히 튜브에 편히 앉는 법도 
발장구치는 법도 배우면서 간절하게 이 여정은 언제 끝날지를 기도했지만 
드디어 밟은 육지에서 사람들은 즐겁게 놀았냐며 고생했다 말해주었지만
나는 내심 그 시간동엔 수영을 배우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직도 육지에 도착하지는 못했지만, 도착한 후에는 다시 수영을 배우러 바로 떠나게 될터인지라 
양쪽 어깨에 얹어진 부담도 피가 잘 안도는 이 다리도 내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에 
그냥 나 딱 일주일만 아니 딱 하루만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건 결국에는 또 일어나 빨래를 개고 아 또 뭘해야할까
끊임없는 목록으로 또 파도에 파도를 만들면서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그런 운명이고 운명을 타고났으니 그 끝에 무엇이 있든지 살아야겠다고 근데 언제쯤 더 반듯반듯하게 살아갈 수는 없을지 평생 충족 못시킬 기대감만 쌓아지고 있고 그래서 그 불만족에 자존감은 낮아지는데 
학교나 가자 노인과 청새치의 싸움보다도 외롭고 덜 효율적인

(2014.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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