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8일 수요일

[영화] 신데렐라 Cinderella (2015)

Cinderella (Kenneth Branagh, USA, 2015) 

영화관에 가서 볼 생각은 없었는데, 마침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수다를 떨다보니 우리의 어깨에 얹어진 스트레스를 풀어줄만한 가벼운 영화가 보고 싶었고, 아마도 그 친구는 많은 이들이 보는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 같았다. Tottenham Court Road의 오데온 영화관을 가는 일도 오랜만의 일이었다. 예전에 다니던 학교 근처에 그 때 함께하던 친구와 함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이미 약간은 향수에 젖어있었다.

신데렐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일단은 이 영화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1) 나는 이 영화가 Frozen Fever의 얹어팔기라는 것을 몰랐다. Frozen Fever를 기대하지 않고 갔기 때문에 더 즐거웠고, 더 재미있었다. 엘사가 한번 재채기를 할때마다 화면이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했다. 뒷자석의 꼬마가 나 저거 사달라고 엄마에게 떼쓰는 것 마저도 나에게 동심을 일 깨워 줄만한 그런 것이었다.

2) 신데렐라는 ... 주인공이 더 예뻤으면 좋겠네 어쩌네. 내가 보기엔 충분히 예뻤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영화는 그저 그랬다. 말하자면 별 두개 반정도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평을 하기보다도 이 영화가 불러 일으킨 몇 가지 질문/키워드 들이 있다.
- Spectacle : 화려한 장식과 옷, 와이드 스크린과 로우앵글에서 세로로 빛나고 있는 여성 - 변신한 신데렐라' - 는 바람과 사라지다의 비비안리를 떠올리게 했다. 그 만큼 화려하고 'spectacle'한 여성을 어떻게 하면 그려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이 영화는 정말로 잘 알고 있다. 궁전의 무도회 장면, 궁전 밖의 정원 장면을 찍어내는 방식은 그야말로 클래식한 스펙타클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 영화가 타겟으로 하고 있는 관객이 아니어서 일까, 왜 나는 더 이상 이러한 방식이 정말로 웅장하고 압도당할만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가. 지난학기 내내 크라카우어의 장식, 의지의 승리의 스펙타클과 헐리우드에서의 재사용 등에 대한 '(영화 읽기가 아닌) 영화 보기'의 경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어설픈 이론들이 나를 방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나는 심지어는 가장 아름다워야 할 신데렐라의 파란 드레스도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더라. 그나마 계모와 쌍둥이 같은 두 언니들을 꾸며내는 소품과 의상들은 돈을 많이쓴 뮤직비디오 처럼 꽉차보였는데, 신데렐라는 시종일관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무드를 연출해줄 조명만 금발머리에 반짝이고, 화려한 장면들은 스펙타클로 채워졌지만 스펙타클은 없었다. :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말로 잘 아는데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아마 이러한 기분에는 의문스러운 몇 가지 선택들 때문 이었을 거다.
- 의문스러운 선택들 Why? 왜 그랬을까. 아마도 잘하면 좋은 각색 어설프면 어설픔으로 끝날만한 것이지만,
why? 어설픈 코미디(변신장면, 코미디 요정) - 정말로 실망스러웠다. 분명히 웃을 수 있을만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었으나, 나는 신데렐라의 변신이 우스꽝스러운 거위와 도마뱀이 꾸역꾸역 변신하고, 요정과 신데렐라가 갑자기 커져버린 호박에 눌려 찌그러지는 장면이 아니라 가장 화려하고 가장 아름답고 나의 환상의 끝판왕을 충족시켜 줄만한 'the fantasy'! 이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인자한 할머니가 나와서 신데렐라를 완판녀로 만들어 줄만큼 예쁜 아이템으로 아기자기하게 드레스업해주길 원했던것 같다.
what? 그럼 여기서 또 질문하나. 나는 이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했는가? 둘 중 하나다. 끝내주게 좋은 각색 - 약간의 사회적 메시지, 블랙코미디스러움, 세련미 넘치는 화면 OR 동심판타지 충족의 끝판왕, 클래식의 완성, 이것이 디즈니 이데올로기다 다들 부럽지?? 신데렐라 되고싶지?라고 말하는 디즈니 of 디즈니...), 그런데 결국엔 애매~하다. 신데렐라라도 하려먼 적당히 저 정도 이쁘던지, Be Kind Have Courage라고 스스로의 의지와 성격을 다스리지만, 결론은 예쁘고 좋은 부모님에게서 태어나서 왕자님 눈에 나는게 성공이네, 그런데 신데렐라 보면서 너무 바라는 것도 많다. 그냥 보면 될텐데...
why? 그래도 여전히 문제적인  동정심(?)을 일으킬만한 계모 캐릭터 : 행복을 바라는 두딸 있는 재혼녀. 그녀의 연기나 의상이나 심지어는 그녀를 촬영한 방식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원작의 캐릭터보다는 입체적이나, 정말 좋은 캐릭터가 될 만큼은 입체적이지 못하다. 그래도 이 여자마저 없었다면 참 심심했을 것 같다는 생각.
what..? 무도회 장면 / 왕자와 신데렐라의 거슬리는 Sensual Touch 왜 저러는건가. 12세관람가에서 왕자가 신데렐라의 허리를 잡는 장면을 클로즈업한다던가 춤추는 동안 공주의 애매한 표정을 보여준다던가. 감독이 개인적으로 신데렐라의 성인판 - 막장으로 인생 한방에 핀 신데렐라 (불여시)와 욕망에 불타는 계모 (재혼녀) 라도 찍고 싶다면 그건 자유지만, 이상한 뉘앙스를 은근 풍기는 것 마저 난 '윽 싫어' 였다. 아니면 이것도 내가 obssessed by Hollywood Male Gaze..?이런건가...


결론은 참 애매모호하고, 케이블에서 자주 만날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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